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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vs 아르헨티나 관전 평


이야기들/주전부리 2010.06.18 01:49
저는 그다지 축구 매니아는 아닙니다. 그래서 열광하지 않습니다. 2002년에도 거리 응원은 한 번도 가본 적없고, 집에서 TV로 그냥 봤지요. 제 기억엔 이탈리아와 8강전도 안정환이 골든볼을 넣었을때 "어 이겼네" 정도로만 반응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축구 경기장을 한 번도 가지 않는데, 월드컵이라고 열광하는 것은 스스로 우스꽝스럽고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 여겨서 그렇습니다. 오늘 삼성동 영동대로 거리 응원장을 찾았는데, 그것도 사실 취재 때문에 간 거지 그거 아니었으면 집에서 컴퓨터로 게임이나 다른 거 하면서 아마 중계봤을 겁니다. 하지만 취재한답시고 갔던 터라 딴 게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오늘은 꽤나 열심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뜩하니 다른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말이죠) 그냥 이 정도 수준에서 오늘 경기를 보며 받은 느낌을 적어볼까 합니다.

오늘 여럿 매스컴 탄 아가씨들입니다. 미인들이셨음.


1. 박주영의 골문 앞 수비 가담
일단 박주영의 골은 승패와는 무관해졌습니다. 그게 패인은 될 수 없습니다. 박주영이 아니라 다른 선수가 그 상황에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박주영이 골문 앞에서까지 수비에 가담한 건 뭔가 이상합니다. 박주영은 원톱입니다. 최전방 공격수라도 중간계(?)에서 수비에 가담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데, 골문 앞까지 들어와버리면 역습때 어떻게 할려고요. 모든 아르헨티나 공격수 및 미드필더들이 다 골문 근처에 있는 게 아니니, 좀 뒤에서 뒤에 처진 선수들을 견제도 하고 공이 흘러나와 우리 수비수가 걷어내면 그걸 잡아다 빠르게 역습할 수 있는 정도로까지만 내려와야 하지 않았을까요.

아직 경기도 시작안한 낮부터 목청을 세우는 시민들. 어떤 사람은 새벽 6시에 왔다고....


2. 메시 봉쇄 실패, 반면 박지성은?
저는 이게 패인인 것 같습니다. 경기 내내 메시는 활발히 우리 공간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메시를 봉쇄하지도 못했고, 메시에서 시작한 패스나 메시로 연결되는 패스 모두 막지 못했습니다. 메시 자체를 막지 못하면 패스라도 차단해야 했는데, 다 뚫렸습니다. 개인기 문제인지, 조직력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메시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선수든지요. 게다가 메시 봉쇄에 실패하면서 덤으로 헤드트릭을 기록한 이과인은 룰루랄라 돌아다녔습니다. 메시에 신경쓴 나머지 이과인은 간과한 모양입니다. 반면에 박지성은 메시와 비교하면 제대로 막혔습니다. 텔레비전 화면만 본 것이니 일부만 봤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스전때같은 움직임을 못본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박지성을 잘 봉쇄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에 테베스가 박지성과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같이 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선수가 박지성을 어떻게 막아야 할 지 밀고(?)라도 한 건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외국인들도 함께.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사전 공연 모습.


3. 볼 드리블
우리 선수들이 공을 패스하고 하는 게 제 눈엔 너무 느려보이더군요. 그리고 너무 길게 공을 잡고 있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빠르게 공을 돌린 편이었습니다. 반면에 우리 선수들은 너무 길게 공을 잡고 직접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뺏기는 장면을 자주 봤습니다. 오범석인지 김정우인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공간이 비었다고 직접 공을 몰고 아르헨티나 선수 2~3명이 있는 곳으로 달리다가 결국 그들에게 공을 뺏기는 장면도 봤습니다. 개인기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뛰어난데 무리하게 직접 드리블을 하다가 뺏기는 경우들이었습니다. 그렇게 공을 뺏기면 결국 공격 기회는 아르헨티나에 넘어가는데요. 제가 잘못 본 걸까요?

난타?

영동대로 8차선을 가득 메운 응원단


4. 아르헨티나의 전술
차범근 해설위원이 그러더군요. 아르헨티나가 외곽에서 공격 작업을 하면서 우리 수비를 옅게 만든 다음에 메시나 테베스 등이 공간을 침투해서 들어가 기회를 만든다고요. 메시 봉쇄에도 실패하고 있는 와중에 아르헨티나가 구사한 전술에 휘말렸고, 거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후반전에서 공격이 살아나긴 했지만, 아르헨티나에게 결과론으로 봤을때 계속 기회를 더 만들어주고 말았습니다. 그럼 전원 수비 체제로 들어갔어야 했을까요.

이청용이 골 넣은 후 환호하는 시민들.

목청껏 외쳤다. 이때만 해도 희망은 있어 보였다.


어떤 분은 트위터에서 스위스처럼 철저히 수비 위주로 하다가 한 방 역습을 노려야 하는 거 아니었냐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만, 전 그런 저질 축구는 반대입니다. 지면 지는 거지요. 질 거 두려워서 스위스처럼 1명의 골키퍼와 10명의 수비수로 (혹자는 심판까지 수비수가 11명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경기하는 저질 축구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수비할 건 해야 하지만, 철저히 공격해야죠. 1골 내주고 2골 넣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오늘 후반전엔 수비도 제대로 안되었습니다. 4번째 골은 공수 전환이 제대로 안되어 완벽한 기회를 주고 말았습니다. 전반전도, 후반전도, 제가 보기엔 아르헨티나가 구사한 전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봤습니다.

5. 불쑥 뻥 축구와 공간 활용 실패
후반전 중반 즈음이었던가요. 박주영을 노린 롱 패스를 몇 번 남발했습니다. 화면상으로 보기엔 박주영은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에게 포위당해 고립된 상태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수비에 헛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르헨티나 골대 근처에서 뛰는 박주영을 노린 롱패스는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잘 차단했습니다. 후반전 들어 아르헨티나의 공격-수비 진영 간에 폭이 차범근 해설위원의 말마따나 전반전에 비해 길어져 공간이 생기긴 했습니다만, 그 공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공간을 주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밀고 들어가면 어느 새 틈이 없더군요. 우리보다 더 철저하게요. 그리고 거꾸로 생긴 우리 공간을 메시 등이 휘젓고 다녔습니다.

선수들은 추위에 떨면서 경기할때, 붉은악마들은 더위와 싸우며 목청을 세웠다.



1번은 그냥 의문일 뿐입니다. 그 이후에 박주영이 골문 근처까지 내려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외한까지는 아닌 제가 보기에 패인은 2~5번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트위터 등에서는 벌써부터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이지리아를 이겨서 2승 1패가 되는 겁니다. 오늘 골 득실이 -1이 되었기 때문에 무승부를 기록하면 16강 진출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냥 이겨야 할 겁니다.

열심히 응원 삼매경이던 언니들. 4: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응원했지만....



Trackbacks 2 : Comments 3
  1. Favicon of http://dj288377.tistory.com BlogIcon 강철지크 2010.06.18 13:30 신고 Modify/Delete Reply

    저는 메시에 집중하지 않았지만 메시보다도 어찌보면 테베스나 이과인에게 관심을 덜준게 화근이 아니었나 싶어요. 테베스는 좀 그래도 2-3명씩 밀착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과인은 왜 골문 앞에서 아무도 견제 안한건지 -_-;;; 이과인의 줏어먹기 슈팅이 남발한데는 그런 수비의 헛점이 있었던 것 아닐까 싶네요.

    • Favicon of http://dcafe.tistory.com BlogIcon deutsch 2010.06.19 16:52 신고 Modify/Delete

      메시만 신경쓰다 보니 이과인을 간과한 거죠. 어차피 골키퍼 제외 10명이 뛰는데 메시만 막으려 하다가 메시도 못막고, 그 와중에 이과인을 완전히 놓친 거죠. 메시를 막을 게 아니라 메시 주변을 막는 걸로 전환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완전히 전략/전술 실패였습니다.

  2. 허접무 2010.08.16 19:00 신고 Modify/Delete Reply

    3번째 골은 오프사이드였지요, 벨기에부심도 나중에 인정하고 사과했어요. 하지만, 경기내용은, 너무나도 압도적인패배.
    무슨 강도높은 수비축구가 "저질축구"입니까? 브라질을 상대로 북한이 보인 철벽수비가 저질이란겁니까? 물론, 항상 그런 전술밖에 보이지못하는건 문제있지만, 그런식으로 1,2경기 재미보는건 옳다고 생각되요.
    그리고, 스위스대 스페인전 주심이 스페인이 진다는게 자신도 믿기지가않아, 추가시간을 6분이상주더라구요.
    같은조에있는 다른팀은 모르되, 그때 상대는 "아르헨티나"였어요. "수비축구는 저질축구다"라는 배부른소리할때가 아니었다고봅니다. 물론, 1986년인가, 독일3:2, 스페인2:2 이탈리아3:2 - 한국이 강팀상대로 공격축구해서 선전할때도 많았지만, 지금의 아르헨은, 메시를 갖춘, 역대최강팀중하나였죠. 테베즈가 박지성과 친하고, 잘알아서, 아르헨 동료에게 "박지성막는 비법알려줬다"라고 말한건 신문기사로났어요. (님이 알아맞췄군요)
    웰링턴장군이 나폴레옹을 상대로 워털루에서 언덕을 방패로삼고 전투내내 극단적인 수비전술로 나폴레옹의 군대를 무찔렸는데, (후반 블루커의 프러시아지원군과 힘을합쳐 역공함)
    참고로 웰링턴은 나폴레옹을 존경했고, 프랑스육군은 오늘날 아르헨티나축구팀만큼 "강팀"이였습니다.
    역사에선 웰링턴이 나폴레옹을 무찌른 인물로 기억되지, "겁쟁이" 혹은 "저질장군"으로 기억됍니까?
    수비전술먹혀들어가서 1:2 한거랑, 수비 반, 공격 반 해서, 1:4했다면,
    사람들 (다른나라사람들도) 은, 그 스코어를 더 잘 기억하지, 극단적인수비축구했냐, 안했냐를 더 많이 기억합니까?
    허접무무뇌전술로 16강간것도, 아르헨이 3승했기에 가능했죠...

    ps. 우리 주제파악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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