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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Concert> 어린 시절의 향수, 실망, 충격.


이야기들/영화 이야기 2009.06.18 09:38
1977년 이탈리아 영화로 우리에게는 <Last Concert>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영화가 있다. 이탈리아어 원제는 <Dedicato a una stella>이다. 1977년 개봉 영화로 알고 있는데, IMDB에는 1976년으로 되어 있다. <Last Concert>라는 제목은 일본에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영화지만, 몽셀미셀[각주:1]파리 등 프랑스가 주무대인 영화다.

OST앨범 자켓


아주 어렸을때인 1980년대초, 초등학생 때 텔레비젼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서 엄청나게 울었었다. 남자가 스텔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할때 불치병에 걸렸던 스텔라는 옆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남자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끝까지 연주를 계속하는 그 장면.

아주 오랜동안 몽셀미셸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테마음악과 마지막 콘서트 장면이 뇌리에 남아 있던 추억의 영화다. 내가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던 적이 2번 있고, 울컥했던 적도 서너번 있는데, 눈물을 흘렸던 첫번째가 이 영화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지만).

몇 달 전, 우연히 지하철 가판대에서 이 영화 DVD를 발견했다. 불법 복제품도 아니고 정식 DVD였다. 냉큼 샀다. 오랜동안 정품DVD가 되었건 불법복제품이 되었건 뭐가 되었던 좋으니 구하려고 애썼던 영화였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장소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것이다. 앞뒤 잴 것이 있나. 냉큼 사버렸다. 그리고 집에 와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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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여배우의 연기는 촌스럽기만 하고, 영어 대사 발음은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각주:2]. 6~70년대 한국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어색함이었다. 영화 스토리 전개도 내 추억 속의 그건 아니었다. 마지막 콘서트 장면도 어렸을때 느꼈던 그 감정, 그 감동, 그 슬픔은 전혀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게 뭔 일일까. <시네마 천국>이 나중에 재개봉했을때, 1990년 한국 개봉 당시 짤렸던 후반 30분이 포함된 버전을 봤을때 느꼈던 후회와 실망이 나를 휘어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DVD를 뽑았다. (버리진 않았다 ;;;)

며칠 전, 교보문고에 들렀을때 OST가 발매된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역시, 냉큼 사버렸다. 음악은 여전히 좋았다. 그리고 몇 달 전 DVD를 보고 충격과 공포(?)에 쩔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영화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없다. 극장용 필름이 디지털 DVD로 옮겨진 것 뿐이다. 그래, 바뀐 건 나였다. 현실과 생활과 속도와 돈에 찌들려, 많은 것을 잃었고,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 슬픔, 기쁨, 향수, 추억,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의 어설픈 연기보다, 이제는 그게 더 충격과 공포가 되어 나를 휘감는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갑자기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난다.



  1.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2. 여배우의 이름은 Pamela Villoresi로서, 1957년 생이다. 영화 촬영 당시 우리 나이로 20살이 채 안된 상큼한 배우였다. (지금이야 52살 할머니지만). 이탈리아 프라토라는 곳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배우로 활동 중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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