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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은 살아 있다2>에서 흑인 장교들의 정체.


전쟁사/[WW2] 부대사 2009.06.09 02:30
원래 영화평에 사족 격으로 덧붙이던 글이었는데, 길어져서 따로 독립시켜버렸습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2>에 혹평을 날렸습니다만, 영화 중간에 보면, 주인공 래리가 여성 비행사로서 대서양을 처음으로 횡단한 여성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이 사람은 실존 인물입니다)와 함께 항공우주관을 들렀을때 일단의 흑인 조종사들이 그에게 경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심지어 경례를 붙인 흑인 장교가 "당신 덕분에 우리가 조종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얘기하기 까지 하죠. 아마 군사사나 제2차 세계 대전사에 관심이 없던 분들은 의아했을 겁니다. 

지금이야 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대통령까지 되는 세상이지만, 한때 미군에 흑인이 전투부대에 근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것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얘기입니다. 육군해군 모두 그랬죠. 미 공군은 제2차 세계 대전 후인 1947년에 창설되었으니 일단 빼겠습니다. 이 장교들은 미국 육군 항공대(USAAF, United States Army Air Force) 소속 장교들입니다. 지금의 미 육군 항공대는 헬리콥터 전력이 주요 전력입니다만,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공군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1947년 공군 창설 당시 미 육군 항공대 소속 인력들이 공군으로 이동하게 되죠.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흑인 병사들은 거의 대부분 수송 병과를 비롯한 후방 부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흑인 병사들을 대표하는 부대가 이른바 <레드볼 익스프레스>입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도 흑인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데미 무어가 주연한 영화 <G.I. 제인>[각주:1]에서는 SEAL 훈련을 같이 받던 흑인 병사가 "당신도 흑인이야"라며 동정을 펴는 대목이 나오는데, <박물관은 살아있다2>의 이 장면에서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참,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도 물론 나오지 않죠. 그걸 두고 흑인 배우가 왜 한 명도 안나오느냐, 흑백 차별이다, 라는 비판도 있었다는데 정말 뭘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실제로 그 당시 흑인 병사들은 전투부대에서 백인과 한 부대에서 싸운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제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영화에서 흑인들의 보직은 수송이나 요리사입니다(<U-571>의 유일한 흑인 수병도 요리사이고, 2001년판 <진주만>에서도 쿠바 구딩 주니어의 보직은 요리사입니다). 그러나, 모든 흑인이 전투부대에 근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몇 개의 대대급 부대로 흑인들로 편성된 부대가 있었습니다. 

[출처:미공군 웹사이트]

[출처:영어위키피디어]


이 사진 속 주인공들이 흑인들로 편성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육군 항공대 332전투비행대 소속 흑인 전투기 조종사들입니다. 이 부대는 현재도 현역 미 공군 부대이며 지금은 이라크의 발라드 통합기지에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식 명칭은 332d Air Expeditionary Wing인데, "332 항공 원정 전투단" 정도 될 것 같습니다[각주:2]. 이 부대는 일명 터스케기라고도 불리는데 앨라배마 주 터스케기 육군항공대 기지에서 창설했기 때문입니다. 대장기의 테일에 붉은 도장으로 유명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332 Tuskegee Airmen 등으로 사진과 자료를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생존자 4명이 이라크를 방문하기도 했다는군요. 

물론 영화 속 장교들이 이 부대 장교들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거의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실 미육군항공대가 흑인들을 조종사 과정에 받아들인 건 의회의 압력때문인데, 아놀드 당시 육군항공대 사령관은 마지못해 받아들이면서도 분리정책에 따라 이들 흑인들을 앨라배마 주 터스케기에 따로 모아놓고 훈련을 시켰습니다. 사실상 격리 수용이라고 해도 무방하겠군요. 이곳에서 배출된 흑인 조종사는 전투기 조종사가 673명, B-26 머로더 폭격기 조종사가 253명, 항법사가 132명이라고 합니다. 

332전투비행대가 창설된 것은 1942년 7월 4일입니다. 332전투비행대는 예하에 99전투비행대대, 100전투비행대대, 301전투비행대대, 302전투비행대대 등을 두었고, 처음 맡은 임무는 전략폭격을 수행하는 폭격기들을 호위하는 임무였습니다. 그러다가 1944년 이탈리아에 전개합니다. 처음 장비한 전투기는 P40이었고,  1944년 5월말에 P-47로 교체했다가 같은 해 7월 무렵에는 P-51로  다시 기종 전환했습니다. 물론 21세기 들어 이 부대는  F-16, A-10, MQ-1 프레데터 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이 부대 소속 전투기들은 꼬리날개를 붉은 색으로 도장했는데 지금도 그 전통은 남아서 대장기는 꼬리날개를 붉은색으로 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폭겨기 호위 임무는 계속되었지만, 꾸준히 독일 공군과 공중전도 벌였는데 1945년 3월 24일 베를린 폭격 중에 독일 제트전투기 3대를 격추시키는 전과를 올리는 등 백인들의 기대(?)와 예상을 어긋나는 혁혁한 무훈을 세웁니다. 그 활약 덕분에 이 부대는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일시 해체되었다가 미국 공군이 창설되면서 다시 현역 부대로 돌아왔고, 현재도 현역부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물론 재창설 후에는 흑인 전용 부대(?)가 아니라 평범한 흑인-백인이 함께 근무하는 부대가 되었지만, 인종 차별로 경멸하던 흑인들로만 편성되었던 부대의 단대호를 그대로 살려서 창설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2차 세계 대전 중 터스케기멘(Tuskegee Airmen)들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현재의 332AEW가 아니라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터스케기멘들에 대한 기사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주소를 참조해주십시오.

그리고 이들을 다룬 TV드라마도 있는데, 지금 CSI 9에서 활약하는 로렌스 피쉬번이 출연한 드라마도 있습니다. 로렌스 피쉬번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말입니다. 


  1. 참고로, 이 영화에서 데미 무어를 무지하게 갈구던 교관은 이후 갑자기 칼과 활을 들고 오크족과 싸우는 수색자로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비고 모르텐슨(Viggo Mortensen)이란 이름의 배우인데, 우리에게는 "아라곤"으로 더 유명하죠. [본문으로]
  2. 냉전 종식 후 군용기 전력을 꾸준히 감축하고 공군전략사령부를 폐쇄한 미군은 해외 원정에 대비하여 각종 전술기 및 폭격기를 한 부대로 통합 운용하면서 소위 항공원정단(Air Expeditionary Wing, AEW)체계를 만듭니다. [본문으로]

Trackback 0 : Comments 3
  1. Favicon of http://goddls1.tistory.com BlogIcon 행인1 또는 甲士1 2009.06.10 20:46 신고 Modify/Delete Reply

    생각해보면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미국사를 모르면 어리둥절해할 장면이 참 많죠.

    • Favicon of http://dcafe.tistory.com BlogIcon deutsch 2009.06.12 13:42 신고 Modify/Delete

      외국 영화 보면 그런 게 많죠. 외국인이 우리 영화볼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캅스에서 안성기가 휴대폰을 유선전화기 껍데기 씌워서 숨겨놓는 걸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겠어요. (하긴 그 장면은 지금 세대들도 이해못할 장면이긴 합니다만)

  2. Favicon of http://dominion.tistory.com/ BlogIcon 이상진 2012.03.21 11:20 신고 Modify/Delete Reply

    오래전 글에 리플 달려니 조금 망설여지는군요.

    이번(2012년)에 저 항공대에 대한 영화가 나온 것 같습니다.
    영어 제목은 Redtails라고 되어 있더군요.
    루카스아츠 필름에서 만든 것 같은데 일단 예고편 보면 굉장히 재미있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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