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7일 저녁 홍대 앞 가투
이야기들/이명박정권 2008/09/01 23:25[그림1] 민노당이 주관한 작은 집회. 사진 오른쪽 끝에 살짝 강기갑 의원이 보인다. 강의원 연설이 끝난 후 이정희 의원이 연설에서 나서 국회를 비판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터이니 좀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저 끝말 잇기 놀이가 어디까지 연결되었는지는 모르겠다.
19시 즈음, "8시 홍대 앞 집결"이라는 정보가 들어왔다. 다른 경로를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어서 곧 바로 버스를 타고 홍대로 갔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기 귀찮았다. 퇴근시간이라 차가 밀릴 것 같았지만 버스 전용 차선을 믿고 버스에 올랐더니, 종로 2가에서 홍대 앞까지 30분만에 도착해버렸다. 도착 시간은 19시 30분쯤. 홍대 앞을 가뭄에 콩나듯 오다보니 어디가 어디인지 몰라 헤메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던 집결지는 옷가게가 많은 주차장 골목 어디쯤이라 했다. 20시에 깃발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시간이 좀 남기는 했지만, 주차장 골목이 어딘지 몰라 헤멨다.
헤메는 김에 홍대 앞 거리를 조금 걸어봤다. 작은 인디밴드가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겨우 주차장 골목을 찾았을때 저녁도 못먹어 출출해서 골목 입구의 포장마차에서 떡뽁이를 먹기 시작했다. 반쯤 먹었을 때, 멀리서 익숙한 구호 소리가 들렸다. 점점 주차장 골목쪽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홍대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로 올 것이라 생각하여 일단 계산부터 먼저하고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은 빨랐다. 순식간에 깃발들이 내 옆을 지나갔다. 그들은 걷는 것이 아니라 또 반쯤 뛰고 있었다(젠장). 대열을 놓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떡뽁이를 남길 수도 없는 일. 그야말로 입에 쳐넣기 시작했다. 씹는 건 나중에 씹고, 일단 입속에 넣어두기. 새끼한테 먹이를 날라주는 어미새도 아니건만. 대충 다 우겨넣고 급히 시위대를 뛰따랐다. 나중에 알고보니 홍대 전철역 5번 출구가 집결지였고, 원래 20시에 깃발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10분 당겨서 전대협 깃발이 먼저 도로에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곧장 홍대 앞 정문으로 행진했다.
20시 15분, 홍대 앞 정문에서 정비한 시위대. 홍대 앞 주민들은 아마 1996년 8월 한총련 시위때 이후로 반정부시위대는 처음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반응도 특별히 큰 것은 없다. 물론 거의 막판에 한 노인이 "다 때려죽이겠다"며 흥분하여 시위대에 덤벼들고 시위대는 아니었지만 시위대 동조자였던 역시 어떤 노인에게 "씨발놈 개새끼"하다가 한 인터넷 매체 기자가 한쪽으로 모시고 가서 얘기를 나누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날 시위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 도로에 2번 진출하긴 했지만, 곧바로 홍대 앞으로 다시 돌아오는 등 홍대 앞 거리 안에서 이루어졌다.
20시 17분, 홍대 정문에서 다시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쭉 내려가다가 우측 골목으로 돌아섰다. 거리 이름은 새물결1길로 되어 있는데, 행정 명칭말고 그냥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은 모른다. 하옇튼 술집과 클럽 등이 가득 차 있고, 하옇튼 거리가 나름 디자인되어 있는 그 골목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다시 5번 출구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시 21분, 홍대 입구역 5번 출구 골목로 다시 대로변으로 진출했다. 시위대 숫자 만큼의 구경하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20시 24분, 대로에 나선 시위대의 선두에는 항상 깃발들이 있고, 그 앞에는 기자들이 있다(얼굴 처리하기 귀찮아서 뒤에서 찍고 있지만). 어떤 운전자가 클랙션을 요란하게 누르며 지나갔는데, 시위대의 구호 박자에 맞춘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 해보는지 박자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처음에는 시위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착각했다. (몇 번 해보더니 얼마 안있어 제대로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대로에서는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 다시 홍대 정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또 뒨다. 오른쪽에 보이는 프레스 완장을 찬 네띠 기자는 시위대를 따라 뛰기를 포기하고 그냥 걸어갔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 시위대 인원 등을 보니 홍대 앞에서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지 않다는 느낌때문이었다. (게다가 늘 몸집과 들고 다니는 짐때문에..... 핑계 만땅) 시위대는 홍대 정문에 자리잡고 앉았다. 홍대 앞은 경찰 진압이 들어올 경우, 뒤쪽 홍대로 튀어도 되고 골목으로 튀어 수많은 술집과 카페에 들어가거나 그냥 섞여 버리면 색소물을 쏘기 전에는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옷가게도 많다. 이때문인지 이 날 경찰은 무리한 진압을 시도하지 않고 대로로만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시위대도 이후 다시는 대로로 진출하지 않았다. 이 무렵 기동대들은 달려오고 있었지만, 퇴근길 교통 체증때문에 빨리 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21시 경, 저 밑에서부터 시민악대가 천천히 연주를 하며 걸어올라왔다. 사진이 지저분해질 수 밖에 없어서 아쉽지만. 언제쯤 이런 사진을 이렇게 지저분하게 처리하지 않아도 될 지 모르겠다. 아직 많이 멀었나 보다.
잠시 볼일 보러 들른 인근 건물의 화장실. 왼쪽의 스티커와는 아무 관계없다.
홍대 정문 앞에 늘어선 깃발들. 이쪽이 선두 대열이다. 깃발들 앞쪽에서는 주변 상황을 살피는 사람들과 기자들이 포진했다. 이곳에서 약 1시간 ~ 1시가 30분 정도 앉아 있었고, 그 사이 시민악대의 공연이 계속되었다.
시위대 본대는 홍대 정문을 등지고 앉았지만, 남자들을 중심으로 상수역 방향과 신촌 방향(와우산길)에도 사람들이 앉아서 경찰의 진입을 대비했다. 양쪽 모두에 기동대가 배치되었다는 정보때문이었다. 경찰은 그쪽 길의 교통은 차단해서 차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홍대 정문 서교로에는 교통 통제를 하지 않아 차들이 계속 들어왔다. 이 사진에서도 SUV 한 대가 유턴하는 것이 보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시민악대 주변을 계속 맴돌며 혼자서 춤도 추고, 매달리기도 하고 하옇튼 혼자서도 신나게 놀 수 있는 천진한 아이. 손에 들고 있는 건 막대 사탕이다. 어떤 악단원에게는 뽀뽀도 하더만.
저녁 10시가 넘을 즈음, 슬슬 시위대는 해산을 준비했다. 경찰은 서교로와 양화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몇 개 중대를 배치하여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는 했지만, 기동복도 입고 있지 않았다. 절반 정도는 앉아서 쉬고 있었다고 한다. 자진 해산에 대비해 진압 작전을 전개하기도 했었지만, 이 날 경찰은 자진 해산하기만을 기다리며 굳이 무리하게 치고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8월 23일의 압구정동에서 벌어진 일때문이 아닐까 싶다. 색소물 맞은 사람들이 도망가는 게 아니라 지휘관 코 앞까지 와서 세탁비 내놓으라며 따지는 바람에 일만 더 크게 벌렸던 뻘짓을 말이다. 그리고 시위대는 22시 50분 즈음에 깃발을 내리고 자진해산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근처 술집으로 가서 뒷풀이를 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이 종각으로 다시 가자고 선동했지만, 아무도 호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그렇게 조용히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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