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에 대한 의견
이야기들/세상 사는 이야기 2008/07/02 00:39
6월 30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 미사에 다녀왔다. 직접 미사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주변을 한바퀴 돌고 돌아와보니 시민들이 언론사 사다리 주변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 정권의 80년대식 공안 탄압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건줄로 알았다. 사진을 찍어둘까 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내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사람들이 길을 만들어놓았고, 그 길로 신부들과 수녀들이 거리 행진을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고령의 문정현 신부가 현수막을 들고 대열의 앞에 섰다. 신부와 수녀 모두 다양한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 피켓들은 시민들이 들고 있던 것과 내용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같은 것이었고, 천주교 성직자들도 시민들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1. 그들 사이로 두 분의 스님도 있었다. 촛불집회에 항상 참가하는 밀행 스님과 법명을 모르는 또 다른 스님 한 분이었다.2.
시민들은 그들이 가는 길을 만들어주고, 그 옆에 서서 촛불을 들고 그들에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우리의 길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등. 천주교3 사제들이,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감사를 받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고, 벅차게 한 적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4 작년 말 오랜동안 잊혀지다시피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모으게 했던 삼성 비자금 사건도 이 정도 반응은 불러오지 못했다. 대열을 따라가며 사진을 찍던 나도 수녀들과 시민들이 한데 부르는 <광야에서>를 따라부르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척 해야 했다.
지난 한 주 동안 경찰의 폭력 진압이 있은 후 임채진 검찰총장이 "폭력불법시위 엄단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불쑥 튀어나온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 미사와 농성. 천막까지 서울광장에 치고 시작한 농성에 서울시까지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전두환 정권도 함부로 못건드린 천주교 사제들이 앞장 서는 바람에 경찰도 바보로 만들어버린 천주교 정의사제구현단은 정권과 한나라당, 수구파들도 당혹스럽게 하며 검찰과 경찰, CJD와 수구 용역 단체를 동원한 폭력성에 단단히 한 방 먹여주셨다. 얼마나 당혹스러워 하는지는 6월 30일에 유인촌이 함세웅 신부를 면담하고, 한승수가 7월 1일에 조계사를 방문하려 했던 것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5
이런 저런 뉴스를 들여다봐도 시민의 폭력을 유발하여 "폭력 시위" 이미지를 뒤집어 씌우고, 경찰 장비 지침까지 무시해가며 폭력을 행사하여 겁을 주려던 정권의 시도는 6월 30일 시국 미사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정권의 시도가 먹히려 할 즈음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출현은 다시 촛불을 키웠다. 시위 참가자 입장에서는 매우 시의 적절한 순간에 폭력 정권에 대해 태클을 걸어준 것이다. 7월 3일에 개신교, 7월 4일에 불교계가 시국기도회와 법회를 갖는다.6 6월 30일 시국미사에 참가한 시민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고, 블로거들도 대략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6월 30일 현장에서 신부와 수녀들이 앞장서고 수만명의 시민들이 뒤를 따라갈때 나도 따랐다. 신부들과 수녀들도 구호를 외쳤다. "이명박은 회개하라", "어청수는 물러가라". 천주교 다운 구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천주교 정의사제구현단이 갖는 한계라는 생각도 들었다. 왜 이명박에게는 "회개하라"고 외치면서 어청수에게는 "회개하라"가 아니라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것일까?
천주교는 종교다. 유럽 역사에서 카톨릭과 개신교가 정치에 관여하여 숱한 물의를 일으켰고, 둘 다 제국주의 침략에도 선봉장을 섰지만7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몰아붙인 댓글을 봤었는데, 개신교도 만만치 않다. 개신교 측에서는 영국이, 카톨릭 측에서는 스페인과 프랑스가 가장 대표 사례다. 미국의 백인계 역사도 청교도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버지니아로 넘어오면서 시작된 것이다. 미국 역시 영국의 제국주의 "진출"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근본은 종교 단체이지 정치 단체가 아니다. 게다가 "예수님의 사랑"을 모토로 한 종교다. 역사에서 많은 물의를 빚은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천주교 정의사제구현단이 시국미사를 갖기로 결정을 내릴때까지 어떤 논의를 거쳤는 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 천주교 입장에서 명백한 정치성 구호인 "이명박 퇴진하라"라는 구호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청수는 용납할 수 없는 폭력 행위를 저지른 자다. 정치와는 관계없이 그 자는 폭력 행위를 사주한 배후 세력으로서, 총책임자이기 때문에 "물러가라"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이다. 한 전경이 군홧발로 한 여학생을 팼던 사건의 처리 결과처럼 어청수 청장이 폭력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부하들만 줄줄이 책임을 진다고 하면, 히틀러는 직접 유태인 학살을 자행한 적이 없고 밑에 부하들이 한 것이니 히틀러는 무죄라는 주장이 성립되는 꼴이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계의 등장은 공안 정권의 폭력에 대응하여 중간에서 방패 역할이 되줄 것이다. 지금 천주교 정의사제구현단처럼. 그러나 최종 해결책은 그들이 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들도 결국 시민의 한 명이기 때문에 답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내야 한다. 지금 촛불집회 참가자 중에 "명박 퇴진"을 외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이명박 퇴진"이 참가자들이 합의한 의제인지는 미지수다. 그 어떤 언론사도 그것에 대해 광범위한 설문조사 등을 수행하지 않았다. 상당수는 퇴진에 대해서는 의견을 결정못하거나 반대하면서 오로지 쇠고기 전면 재협상과 고시 철회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해 적어도 촛불집회 지지자와 참가자들 사이에 어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2달 동안 탄핵연대나 아고라 등에서, 그리고 또 다른 수많은 사이트에서 이명박을 성토하는 글은 많았지만, 결국 무엇을 이룩해야 할 것이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논의가 없었다. 지난 2달동안 대책위도 고생하긴 했지만, 대책위도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5월 3일부터 23일까지는 청계광장에 파묻혀 자유발언과 구호 정도에 머물렀고, 5월 24일과 25일의 가두시위를 계기로 청계광장에서 길거리로 뛰쳐나갔을때 5월 26일 이후 대책위는8 그저 시민들을 끌고 나가 구호 외치고 경찰 방송녀와 장난기도 섞인 말싸움만 벌이고 노래를 틀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대책위도 시민들을 끌어나가기는 커녕 그저 눈치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대책위를 배후세력으로 지목한다면 번지 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9
정리하자, 천주교, 개신교, 불교계의 시국 기도회/법회 등은 하마터면 꺼질뻔한 촛불을 다시 지펴주며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벌어준 시간을 활용하는 문제는 결국 시민들에 달려 있다.
< 6월 30일의 이모저모들 >
1인 시위 아닌 1인 시위 중이던 한 시민.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오세훈과 서울시는 이런 상황에서 잔디 심기를 강행했다. 청와대와 짜고 쳤는가, 아니면 경찰과 짜고 쳤는가?
시청 광장을 나와 대한문 앞을 거쳐 숭례문으로 향하는 천주교 신부님들
정의사제구현단에서 준비한 2개의 현수막.
현수막 앞에는 저렇게 십자가를 든 신부님 한 분이 앞장섰다. 그러나 대열의 진짜 선두는 기자들이었다 ;;;
기자들을 위해 잠시 멈추어 선 신부님들. 모두 한결같이 피켓을 들고 있다.
신부들의 바로 뒤에서 따라 가는 수녀님들.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의 뒤를 따라 가는 수만명의 촛불시위대. 미사 중에는 깃발들도 모두 내렸었지만, 거리 행진 중에는 다시 깃발들이 세워졌다.
다시 시청 광장. 그러나 도착해보니 경찰이 역시나 명박 장성을 쌓아 대한문으로 가는 길을 모두 막아놓았다. 숭례문 방향도 인도를 완전히 가로막지는 않았으나 방패를 든 기동대가 위압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한문쪽 횡단보도를 가로막은 경찰은 경찰 공무원들 같았다. 시민들은 "신부님들도 빨갱이냐? 수녀님도 잡아가봐라" / "어제처럼 폭력 진압해봐라" / "신부님들에 외신 기사 50여명 왔다니 쫄았냐?" 등등으로 경찰을 비아냥거렸다.
10시에 시위대는 신부들의 설득으로 해산했다. 여전히 꽤 많은 수가 남았었지만, 그들 대부분도 12시경에는 해산했다고 들었다. 나도 11시 30분 쯤에 나와 아는 사람들과 소주 기울이며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었다.
나오려는 데 노회찬씨가 "강남 학부모회"라는 깃발을 든 서너명의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것을 보았다. 참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인데...
- 미사때는 내가 현장에 없었지만 "헌법제1조"와 제목을 잊어먹은 민중가요가 앰프를 통해 울리기는 했다. 천주교(카톨릭)에서도 찬송가라 하는 지는 모르지만, 아뭏튼 찬송가도 불렸을 것이다. [본문으로]
- 불교계도 7월 4일에 조계사 대웅전에서 시국 법회를 가지고 시청광장까지 3보1배를 하신다 [본문으로]
- 천주교라고 쓰긴 하지만, 영어 발음으로 쓸때는 "가톨릭"으로 쓴다. 알파벳 철자는 Catholic인데, 왜 "가톨릭"이라 쓰는 지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 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성당에서는 반전두환 시위대가 농성 중이었다. 6.29 선언 발표 후 천주교는 농성자들에게 명동성당에서 그만 나가줄 것을 요구했었다. 30일 저녁에 술 한 잔 기울이던 한 선배는 그 일에 분개하고 있었다. [본문으로]
- 한겨레 기사에 보니 청와대 관계자가 "뭘 더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했다는데, 방법은 하나다. 제2의 이승만이 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 만일 이슬람, 원불교, 천도교 등도 일어나면, 대한민국은 명박이 덕에 온갖 종교가 화합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본문으로]
- '6월 [본문으로]
- 5월 24일과 25일 가두 시위는 대책위가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25일에 수천명이 세종로를 점거했을때 대책위는 여전히 청계광장에서 5월 내내 하던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본문으로]
- 내가 대책위덕분에 웃었던 적이 있다. 비가 오던 6월 22일 새벽에는 계속 방송차로 노래를 틀더니, 경찰이 물대포를 25일만에 다시 쏘기 시작한 6월 26일에는 "방송차에 고압전류가 흘러 감전되면 큰 사고가 우려된다"며 방송차를 슬그머니 빼고 있었던 일이다. 사진을 찍던 나는 대책위의 그 방송을 듣고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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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명랑노트' 시즌 6. 여름! 그 작열하는 태양 아... 2008/07/02 01:03 DELETE
Subject: 정의구현 사제단, 촛불로 이명박의 똥끝을 태우다.
정말로 이 분들은 정치감각이 있는가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집전 이후로 촛불은 다시금 평화와 비폭력을 되찾았다. 일부 열기와 분노를 못 이겨 날뛰던 시민들과 청와대로 꼭 가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막는 버스를 끌어당기던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다른 시민들과의 소통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 변화에 이명박 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평화집회는 앞으로 더 강한 활기와 생명력으로 넓게 번져나... - Tracked from Trash Basket Notebook 2008/07/02 03:10 DELETE
Subject: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보수진영 '쇼크'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0701020011407&cp=joins 지난 밤새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가 이렇게 진행되었다... 어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분들의 미사가 있고나서... 보수진영은 충격 그 자체? 관련 기사.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37009 기사를 보자하면... 사제단은 하룻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