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7일 동아일보 앞 인도를 가로막은 전경들
이야기들/세상 사는 이야기 2008/05/28 23:10
가보니 이러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기동단 1기동대 1005중대가 일민미술관(옛 동아일보 사옥)앞 인도를 막고 시민들의 통행을 양쪽으로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광화문 지하보도 공사로 인해 그렇쟎아도 길이 좁아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강기갑 의원 일행이 지나가자마자 바로 저렇게 인도를 막아 버렸습니다. 경찰들은 강기갑 의원 일행을 시민들이 쫓아가는 것으로 지레짐작하여 둘을 분리시키고자 한 겁니다. 그러나 이 길은 서울시청과 교보문고 사이에서 시민들 왕래가 원래 많은 곳이고, 당시 청계 광장은 민주노총 농성단, 스님 한 분, 그리고 두루마기에 상투든 시민 한 분이 앉아 나름대로 시위 중이었고 7시로 예정된 촛불문화제 참석하려는 사람과 그냥 놀러온 사람, 양복 정장으로 보아 주변 빌딩에서 잠시 바람 쐬러 온 것으로 추정되는 쉬는 사람 등등이 구분이 안된채 여기저기 앉아만 있던 상황입니다. 젊은 청년들이 격렬히 항의하지만, 지휘관은 대응하지 말고 침착하라며 상대를 하지 않습니다.
시민들 지나가는 길을 왜 막냐고 항의하는 젊은 청년들, 이 순간에도 지나가던 시민들이 길이 막히자 위험한 도로쪽으로 가던지 모전교쪽으로 가고 있었고, 종로쪽에서 걸어오던 시민들이 "길을 왜 막아요"하면서 항의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인도가 막혀 얼마나 짜증났을련지 쉽게 짐작가능합니다.
일민미술관 앞 도로가 완전히 봉쇄되어 아무도 지나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해 항의하는 시민들. 방패를 앞세우고 길을 가로막은 경찰들.
"이게 무슨 짓이냐, 이게 대한민국 경찰이냐, 인도를 왜 가로막아 못지나가게 하느냐" 데이트중으로 보이던 커플도 전경들 때문에 길이 막혀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머라고 하건, 경찰이 뭐라고 하건, 아무말없이 팔짱을 끼고 경찰과 눈싸움 중이던 어느 시민. 뒤에서 사진찍던 제가 보기엔 이 사람이 더 무섭더라는...
옆쪽으로 늘어서 있던 전경들. 이 친구들은 직접 인도를 가로막은 녀석들은 아니어서 표정이나 서 있는 자세가 무척 늘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로 디카로 채증하던 녀석입니다. 아니 시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몸싸움 하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려다 전경들이 인도를 가로막는 바람에 그걸 항의하는 시민을 찍는 이 녀석은 대체 누굽니까? 대낮 오후 5시 30분경에 시위도 아닌 지나가는 사람을 가로막는 법은 어디에 있고, 길 막혀 지나가지 못하게 된 시민들이 길을 열라고 항의하는 걸 채증하는 것은 어디 규정입니까?
보다 못한 어르신들이 나섰습니다. 강기갑 의원이 3배1보 출발하려고 준비할 즈음, 그 주변에서 수많은 나이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모여 "학생들이 뭔 죄가 있어, 이제 살 날도 얼마 안남은 우리 영감들이 나서야지!" 라며 옥신각신하셨었는데, 그 분들 중 일부가 여기로 오셨더군요. 한 어르신이 의경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호통을 치시자 길을 가로막고 있던 의경들이 일단 하던대로 둘러싸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뒤이어 여러 어르신들이 달려와 전경들을 호통칩니다. 처음에 전경들에게 항의하던 젊은이들도 어르신들의 기세에 눌려 아무 말 못하고 있습니다.
안되겠다 싶었던지 지휘관이 길을 열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한 줄만 열었습니다. 그런데 왼쪽에 있던 전경들이 뒤로 빠지더니 또 길을 막습니다. 한 지휘관이 "아니 뒤는 왜 또 막어?" 라더군요. 2중으로 막은 놈들은 누구 지시를 받은 건지 모르겠군요.
길이 한 줄 열리자 어르신들이 앞장서서 밀치며 나갑니다. 결국 길을 다 열라고 지휘관이 지시합니다.
27일 사건의 주범들.
시위 상황도 아니고 단지 강기갑 의원이 3배1보를 시작했고, 그 뒤를 따라 가던 사람들이 강기갑 의원 일행과 함께 하기 위해 걸어간 게 아니라 지나가는 것뿐인데, 이렇게 인도를 무작정 가로막는 건 대체 어디 법에 있습니까.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경찰이 이렇게 인도를 무작정 가로막고 사람들의 통행을 막아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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